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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헨리크 입센 <인형의 집>

by 자작나무독자 2025. 10. 26.

헨리크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은 사회가 규정한 '아내' 혹은 남편의 '인형'으로 존재했던 노라 헬메르가 진정한 자아를 찾아 독립적인 여성으로 나아가는 성장기를 보여준다. 페미니즘 희곡으로 알려져있기도 하다. 
 
극 초반 노라는 매우 천진난만한 인물로 그려진다. 어느정도냐면 남편인 헬메르가 자신을 '종달새', '다람쥐' 등으로 부르며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귀여운 애완동물로 취급할 때 조차 노라는 그 역할에 순응하며 마냥 해맑은 모습만을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묘사는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비인격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노라의 남편인 헬메르는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인물이다. 노라는 8년 동안의 결혼 생활 끝에 비로소 자신이 헬메르에게 사람이 아닌 '인형'이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은 3막의 마지막인 헬메르와의 대화에서 잘 드러난다. 노라가 집을 나서는 장면은 단순히 집을 나갔다는 점보다는 한 여성이 '인형의 집'에서 탈출하여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묘사한다.

 

아버지는 나를 인형 아기라고 불렀고, 내가 인형을 갖고 놀듯이 나를 가지고 노셨어요.

 

나는 당신의 인형 아내였어도. 친정에서 아버지의 인형 아기였던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내 인형들이었죠. 나는 당신이 나를 데리고 노는 게 즐겁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요. 토르발, 그게 우리의 결혼이었어요.

 

나는 다시 당신의 노래하는 종달새, 당신의 인형이 되었고, 이제 당신은 나를 두 배로 더 조심스럽게 받들고 다니겠죠. 그만큼 약하고 힘이 없으니까요.

 

개인적인 소감을 말하자면, 노라가 성장하기 이전의 '인형'으로서의 천진한 모습을 보았을 땐 정말 답답하였다. 자신의 남편은 자신을 동등한 사람이 아닌 종달새라고 부르며 애완동물 취급하고 가스라이팅이나 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마지막에 노라가 집을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에서 통쾌함이 느껴졌다. 집을 나간 노라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1879년의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노라는 정말 용감한 여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헬메르를 보면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에 나온 주인공의 남편이 생각이 났다. 2025년 현재 한국사회에도 가부장적인 면과 성차별이 남아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져 여성의 인권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2025.10.26